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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익숙한 것이 옳다고 느낄까?

by throughall 2025. 5. 19.

왜 우리는 익숙한 것이 옳다고 느낄까?

 

왜 우리는 익숙한 것이 옳다고 느낄까?

익숙한 관습, 익숙한 말투, 익숙한 뉴스 채널… 우리는 이유 없이 익숙한 것에 신뢰를 느끼곤 합니다. 그 익숙함이 때로는 진실보다 강한 힘을 가질 때, 어떤 심리와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익숙함’은 안전하다는 착각

처음 들어보는 뉴스보다 자주 듣던 매체의 말에 더 끌리고, 처음 보는 브랜드보다 익숙한 상표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 이것은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안정 추구 성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이를 노출 효과(Exposure Effect) 또는 ‘단순 접촉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는 같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그 자극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익숙한 대상은 예측 가능하고, 예측 가능성은 곧 안전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죠.

이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작동합니다. 정치, 마케팅, 인간관계, 미디어 소비까지—익숙한 것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옳아 보이는’ 착각을 만들어냅니다.

왜 낯선 정보는 불편하게 느껴질까?

새로운 정보는 자극적이고 흥미롭지만 동시에 기존의 믿음을 흔들 수 있는 위협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인지 보존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도 하죠.

예를 들어,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하던 언어 습관이나 관념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으면 우리는 방어적으로 반응합니다. “예전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라는 말은, 사실 변화 자체가 불편하다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정치 성향, 문화, 교육, 심지어 음식 취향까지 관통합니다. 낯선 것은 무조건 틀린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익숙한 것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가릅니다.

익숙함이 만드는 인지의 오류

익숙함은 때로 ‘선입견’을 낳습니다. 우리가 오래 봐온 사람, 자주 들은 주장, 반복되는 언어가 반드시 옳거나 진실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복은 신뢰감의 착각을 일으키죠.

한 가지 대표적인 현상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입니다. 처음 제시된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을 왜곡시키는 현상인데, 익숙한 정보는 이 기준점으로 작용하면서 그 외의 정보들을 왜곡된 렌즈로 보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는 자주 접한 것에 더 관대해지고, 낯선 정보에는 더 엄격해지며, 그 판단은 점점 더 닫힌 인지 구조로 고착됩니다.

사회는 왜 익숙함을 재생산하는가?

익숙함은 개인의 심리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도 구조적으로 장려됩니다. 대중문화, 정치 담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재구성을 통해 효율을 추구합니다.

정치인은 익숙한 구호를 반복하고, 기업은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미디어는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익숙한 구도를 유지합니다. 이는 모두 낯선 저항보다 익숙한 동조가 훨씬 쉽게 설득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회는 ‘익숙한 것이 옳다’는 전제 위에서 돌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구조 안에서 판단하고 소비하고 믿습니다.

익숙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법

익숙함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건 맞지만, 비판 없이 수용하는 순간 그것은 사고의 게으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일수록, 우리가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 이 정보는 왜 이렇게 반복되고 있을까?
- 내가 이것을 믿는 이유는 내용 때문일까, 익숙해서일까?
- 혹시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고 있는 다른 관점은 없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지 비판적 사고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만드는 훈련이 됩니다. 익숙함은 중요하지만, 그 익숙함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의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 :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옳지는 않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끌리고, 낯선 것을 경계합니다. 그것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이 항상 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때로는 우리가 너무 익숙한 것들 속에서 비합리와 편견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균형 있게 사고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믿지 말고, 낯설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않는 태도. 그 태도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성숙하게, 그리고 덜 고립되게 만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