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쉽게 확신하고, 좀처럼 의심하지 않을까?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쉽게 믿고, 그 믿음을 좀처럼 흔들지 않으려 합니다. 인간은 왜 그렇게 확신을 좇고, 의심에는 인색할까요?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확신은 불안에 대한 방어다

세상은 복잡하고, 정보는 넘쳐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심리적 안정 장치가 되어 줍니다.

불확실한 상태는 뇌에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답’에 기대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나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라는 말에는 그 판단이 맞는지보다, 그 판단을 믿는 자신에게 안정을 주려는 심리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가능한 한 인지적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확신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입니다. 의심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고,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불편한 질문을 던지게 하죠.

반면 확신은 빠른 판단과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이건 맞아”, “이건 틀려”라는 단순한 구분은 사고를 간단하게 만들고, 행동에 필요한 결정을 단축시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확신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고정시킵니다.

한 번 확신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 신념을 강화할 증거만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믿고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죠.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긍정적인 뉴스만 반복해서 소비하고, 비판적인 정보는 ‘가짜 뉴스’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우리 뇌가 불편함을 회피하려는 방식</strong이기도 합니다.

결국 확신은 점점 더 강화되고, 의심은 점점 더 멀어지며, 신념의 고착화가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인 심리 작용’이기에 더욱 경계가 필요합니다.

확신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의심이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의심하는 일은 관계의 긴장을 낳고, 자신을 의심하는 일은 자존감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죠.

예컨대, 오랫동안 믿어온 신념이나 이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단순한 사고의 수정이 아니라 정체성의 붕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확신을 유지함으로써 관계와 자아를 지키고자 하는 본능적 전략을 구사하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는 의심보다 확신이 덜 고통스럽고, 더 안전한 선택</strong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확신은 때로 유용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확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때입니다. 의심하지 않는 사회는 독단과 독선, 극단주의로 흐르기 쉬우며, 개인은 점점 더 폐쇄적인 정보 환경에 갇히게 됩니다.

의심은 성장의 시작입니다. “정말 그럴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질문은 생각의 유연성을 높이고, 더 정확한 판단을 가능케 합니다. 반면, 확신만을 추구하면 자기 확장의 기회를 잃고, 타인과의 대화도 단절</strong되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의심은 단지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strong일 수 있습니다.

확신이 전혀 없는 삶은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반대로 의심이 전혀 없는 삶은 스스로를 점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둘 사이의 균형입니다.

- 나는 왜 이 판단을 내렸는가?
- 이 확신은 감정인가, 논리인가?
- 다른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은 확신을 가질 줄도 알되, 자기 확신에 취하지 않는 성숙한 사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확신을 쉽게 갖고 의심을 회피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이 ‘불안’을 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안함을 견디는 용기야말로 더 깊이 있는 사고, 더 넓은 시야, 더 나은 판단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됩니다.

확신은 필요하지만, 그 확신을 스스로 의심할 줄 아는 태도가 동반될 때, 우리는 비로소 편향에서 벗어나고 진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확신보다, 조용한 질문 하나가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