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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쉽게 휘둘릴까?

by throughall 2025. 4. 30.

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쉽게 휘둘릴까?

 

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쉽게 휘둘릴까?

우리는 종종 다수의 선택을 따르며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다수의 의견은 곧 진실일까요, 아니면 착각일까요? 인간 심리 깊숙이 숨은 ‘동조 본능’을 파헤쳐 봅니다.

다수의 선택, 정말 믿을 만한가?

길을 걷다 사람들이 한쪽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그 방향을 쳐다본 적 있으신가요? 또는 맛집 검색 중 ‘리뷰 수’가 많은 가게에 더 끌렸던 경험은요?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행동이나 의견에 흔들리기 쉬운 존재입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엔 꽤 복잡한 심리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동조 현상(conformity)이라 부릅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유명한 실험을 보면, 정답이 분명히 있는 문제에도 참가자 대부분이 주변 사람의 오답에 따라 정답을 바꾸곤 했습니다. 단지, 주변의 ‘다수’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동조하는 이유, 단순히 눈치 때문일까?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에 흔들리는 이유는 단지 눈치를 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생존 본능, 사회적 소속 욕구, 인지적 부담 회피 등 다양한 심리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째, 소속 욕구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떼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과거 부족 사회에서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은 곧 생존의 위협이었기 때문이죠. 이 본능은 오늘날에도 살아있어, ‘튀지 않기 위해’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는 행동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둘째, 정보적 사회 영향입니다. 자신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거라 믿는 ‘다수’가 특정한 결론을 내렸다면, 스스로의 판단보다 그것을 더 신뢰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처음 보는 식당에서 “이렇게 줄이 길다면 분명 맛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셋째, 인지적 에너지 절약도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그래서 복잡한 상황일수록 우리는 ‘다수가 그렇다니까’라는 간편한 판단 기준에 기대고 싶어지죠. 일종의 뇌의 게으름(?)이기도 합니다.

군중 속 개인은 왜 더 약해지는가?

혼자 있을 때는 분명 똑똑하게 행동하던 사람이, 다수 속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눈치만 보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이건 책임감의 분산과 관련이 깊습니다. 내가 아닌 ‘우리’가 있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책임이 흐려집니다. ‘내가 아니라 다 같이 그런 거니까’라는 인식이 만들어지면서, 원래는 하지 않을 선택도 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비행기 사고 목격 실험’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도움 요청에 응답한 비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심리가 작동한 겁니다.

또한 군중 속에서는 정체성의 해체가 일어납니다. ‘개인 김철수’가 아니라, ‘그 시위대 중 한 명’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더 극단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지 정치적 집단이나 시위 상황뿐 아니라, 인터넷 댓글 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동조를 벗어나는 것은 왜 그토록 어려운가?

“나는 내 생각대로 산다”는 말, 정말일까요?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자주 다수의 판단을 따르며, 그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문제는,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히틀러 시대의 독일, 사이비 종교에 빠진 집단, 허위 정보에 휘둘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모두 ‘다수가 옳다고 믿었기에’ 개인은 침묵하거나 동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이 큰 파국으로 이어졌죠.

동조에서 벗어난다는 건 단순한 ‘반항’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지키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비난받을 수도 있고, 외로울 수도 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회가 건강하려면 그런 ‘비동조자’가 꼭 필요합니다.

결론 : ‘다수’는 때때로 틀릴 수 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과 다수의 선택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다수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항상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스스로의 판단 없이 이루어졌는지**는 꼭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안전해 보이는 선택’에 기대곤 하니까요.

진짜로 중요한 건, **다수가 아닌 자신에게 물어보는 힘** 아닐까요? “나는 왜 이렇게 생각했는가?”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연습이, 더 단단한 개인을 만들고 결국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