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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복종하는 심리는 왜 이렇게 강력할까?

by throughall 2025. 5. 3.

권위에 복종하는 심리는 왜 이렇게 강력할까?

 

 

권위에 복종하는 심리는 왜 이렇게 강력할까?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양심이나 판단을 내려두고, 단지 '윗사람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행동합니다. 권위에 대한 복종, 그것은 어디서 비롯되며 왜 인간에게 그렇게 깊이 각인되어 있을까요?

권위 앞에서 우리는 왜 작아지는가?

학생 시절, 선생님의 말이 절대적으로 느껴진 경험,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예’라고 했던 순간, 혹은 뉴스 속 부당한 명령을 따르는 장면을 보며 ‘나는 저러지 않겠지’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령’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율성을 잃고 행동합니다. 이는 단지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내재된 특정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권위에 복종하는 심리는 개인적 성향이나 의지력만으로 설명하기엔 어렵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구조, 학습된 사회, 그리고 진화적 본능까지 모두 얽혀 있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실험이 증명한 충격적 복종

이 주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복종 실험입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진행된 이 심리 실험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기억 실험’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사람에게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 충격을 가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실제로 전기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그렇게 믿었죠.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점점 강한 전류를 가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따랐습니다.

무려 **65%**의 참가자들이 ‘극단적 전류’ 단계까지 충격을 가했습니다. 단지 실험 진행자, 즉 권위자의 명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결과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다를 것 같습니까?”

복종의 심리는 어디서 비롯될까?

첫째, 사회적 학습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 교사, 상사 등의 권위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습니다. “어른 말씀 잘 들어야지”, “시킨 대로 해”라는 말은 일종의 행동 규범으로 각인됩니다.

둘째, 책임의 전가입니다. 명령을 따를 때 사람들은 “나는 그냥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며 도덕적 책임을 위에서 아래로 전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종의 가장 무서운 지점입니다. 행동은 내가 하지만, 책임은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셋째, 불확실성에서의 안전 추구입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을 원합니다. 이때 권위자는 마치 해답을 쥔 사람처럼 보이며, 그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조직 구조나 위계가 강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권위’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권위 그 자체가 악이라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교사의 권위가 있어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법의 권위가 있어야 사회 질서가 유지됩니다. 문제는 그 권위가 의심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발생합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체주의 사회나 독재 정권은 항상 '절대적인 권위'를 기반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의 시민들은 대부분 권위에 복종했고, 그로 인해 참혹한 결과가 초래되었죠.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단지 그 권위자들의 잔인함이 아니라, 그들이 가능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보다,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사회는 점점 수직적이고 경직된 구조로 흘러가게 됩니다. 권위는 필요하지만, 그 권위를 감시하고 질문할 수 있는 문화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권위에 ‘건강하게 저항’하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권위에 맹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비판할 수 있을까요?

첫째,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왜 이 명령이 내려졌는가?’, ‘그 근거는 타당한가?’, ‘내가 이걸 따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질문은 복종의 반대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의 도덕적 기준 세우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이것까진 할 수 없어’라는 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밀그램 실험에서도, 끝까지 복종하지 않은 소수는 대부분 자기만의 도덕 기준을 지키기 위해 거부했습니다.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은 권위에 자동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셋째, 집단 내 소통의 구조 만들기입니다. 권위자가 모든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는 구조에서는 비판이 사라지고, 복종이 일상이 됩니다. 반대로 질문이 허용되고, 의견이 교환되는 조직일수록 권위는 견제되며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결론 : 복종은 본능, 그러나 의심은 선택이다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지 모릅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일은 때때로 안심을 주고,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 복종이 생각 없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쉽게 도구가 됩니다. 누군가의 야망에, 또는 집단의 압력에.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이 명령은 정당한가?”, “나는 정말 이 선택에 동의하는가?”

복종과 저항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감시하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 사회를 가능케 하는 시민의 태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