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사회마다 왜 그렇게 다를까?
우리는 모두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 '정의'의 기준은 나라마다, 집단마다,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왜 정의는 보편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개념이 되었을까요? 그 이유를 역사, 문화, 심리의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 오래된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류의 고민입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상태’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에게 마땅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죠. 그러나 오늘날 이 정의들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의는 단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정의는 누구의 관점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합니다. 복지를 강조하는 사람에게 정의는 ‘평등’이고, 시장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정의는 ‘공정한 경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정의가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보려 합니다.
문화와 역사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
우선 정의는 문화적 산물입니다. 어떤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왔느냐에 따라 정의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서구 사회에서는 ‘개인 자유’가 정의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조화’와 ‘공동체의 안정’이 정의로운 질서로 받아들여져 왔죠. 같은 상황에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건 이런 문화적 기반의 차이 때문입니다.
또한 역사적 경험도 정의의 개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식민 지배를 겪은 나라에서는 ‘해방과 자주’가 정의이고, 내전을 겪은 사회에서는 ‘화해와 통합’이 정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정의는 고정된 이상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형성된 실천적 가치인 셈입니다.
심리적 정의 vs 제도적 정의
정의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심리적 정의감, 다른 하나는 제도적 정의입니다.
심리적 정의감은 말 그대로 ‘나는 이게 정의롭다고 느낀다’는 감정입니다. 매우 주관적이며, 경험과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반면 제도적 정의는 법과 규범, 정책을 통해 공적으로 구성된 정의 개념입니다.
문제는 이 둘이 종종 충돌한다는 데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조치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의감에는 어긋나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 우리는 “이건 법적으로는 맞지만, 도덕적으로는 틀려”라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충돌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때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왜 서로 다른 정의를 주장하는가?
‘정의’는 실은 종종 정치적 도구로 사용됩니다. 각 집단은 자신의 가치와 이익을 ‘정의’라는 단어로 포장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가 정의다”라고 외치는 두 진영이 대립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정의는 중립적 개념이 아니라 이념과 감정이 섞인 상징이 됩니다. 정치적 구호로서의 정의는 대중의 감정을 동원하고, 공감과 분노를 자극하며, 때로는 상대 진영을 악으로 규정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의가 절대화될 때 발생합니다. 자신의 정의만이 옳고, 다른 정의는 ‘불의’라고 보는 시각은 사회를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고 갑니다. 진짜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정의의 기준은 변할 수 있는가?
정의는 고정된 기준이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사회의 성숙도에 따라, 시민의식의 변화에 따라 정의의 내용은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여성의 참정권이 ‘정의’의 대상조차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죠. 이처럼 정의는 사회가 확장하는 방향에 따라 진화하는 개념입니다.
오늘날 많은 젊은 세대가 말하는 정의는 기존의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회의 평등, 감정 노동의 존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새로운 정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갱신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결론 : 정의는 질문이어야 한다
정의는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닙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질문이며, 토론이며, 실천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정의를 말하는 이유는 각자가 처한 현실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진짜 정의로운 사회는, 각자의 정의가 표현되고 충돌하며, 때로는 타협하고 진화할 수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물음입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정답을 내리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정의롭지 않은 태도’를 취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정의를 외칠 때, 그 말 속에 질문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게 진짜 모두에게 정의로운가?”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조금씩 더 정의로운 사회로